인공지능(AI)이 단독으로 판단을 내리는 시대를 넘어, 복수의 AI가 상호 검증하고 토론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AI 집단지성' 시대가 열리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최근 복수의 거대언어모델(LLM)이 토론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다중 에이전트 기반 AI 합의 시스템(Multi-Agent AI Consensus System)'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본지는 이번 연구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법학과 기술 윤리적 관점에서 AI의 신뢰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심층 분석한다.
기존의 생성형 AI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데이터에 편중된 '편향성(Bias)'이나 사실이 아닌 것을 진실처럼 말하는 '환각(Hallucination)'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는 단일 모델이 가진 결정론적 알고리즘의 태생적 한계였다.
MIT 연구진이 제안한 시스템은 인간 사회의 '토의 및 합의 과정'을 알고리즘에 도입했다.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프롬프트나 설정을 가진 복수의 AI 에이전트가 각자의 답변을 내놓는다.
에이전트들은 서로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반박한다.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는 걸러지고, 논리적 정합성이 높은 결론으로 수렴한다.
이는 철학적으로 헤겔의 변증법인 정반합(正反合)의 논리를 AI 시스템 내부에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단일 모델이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릴 때보다 편향성을 현저히 감소시켰으며, 팩트의 정확도 또한 실증적으로 향상되었다.
본 기자가 법학 및 과학 전문기자로서 주목하는 지점은 이 기술이 '오류 비용이 높은(High-stakes)' 분야에 적용될 때의 파급력이다.
의료 분야: 진단 과정에서 AI의 오판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은 마치 여러 전문의가 '협진'을 통해 오진율을 낮추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법률 분야: 판례 분석이나 양형 기준 판단 시, 단일 AI의 편향된 데이터 학습은 치명적인 사법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복수의 모델이 교차 검증한 법률 검토는 인간 변호사나 판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데 있어 훨씬 높은 신뢰도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성능의 향상이 아니라, AI 도입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안전장치(Safety Net)'가 마련되었음을 시사한다.
현재 유럽연합(EU)의 'AI 법(EU AI Act)'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AI 규제의 핵심 트렌드는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다. 규제 당국은 AI가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딥러닝 모델은 결론 도출 과정이 '블랙박스' 속에 있어 이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MIT의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은 에이전트 간의 토론 로그(Log) 자체가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다.
이노바 기자의 뷰(View): "향후 기업들은 AI 서비스를 출시할 때, AI가 내린 결론이 편향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될 것이다. MIT의 이번 연구는 AI가 도출한 결론의 과정을 '기록된 토론' 형태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AI 규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를 충족시키는 핵심 기술 표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MIT의 연구는 AI를 하나의 도구에서 '사회적 합의 능력을 갖춘 지성체'로 진화시키는 중요한 이정표다. 단일 모델의 성능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 현재, '시스템적 구조 설계(System Architecture)'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AI 기술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제 학계와 산업계는 더 똑똑한 모델 하나를 만드는 것을 넘어, '현명하게 협력하는 모델들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보도 출처: MIT News 등 종합]
[이노바저널]
작성: 최득진 주필(Ph.D.)
분야: AI·법학·과학·교육·기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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