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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희 칼럼] 희망의 나라로
  • 윤재희 논설위원
  • 등록 2026-01-05 16: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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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 역시 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 전반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 방향과 권력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시장 혼란과 서민 부담 가중 문제, 주요 사법 사건에 대한 정부·여권의 대응을 두고 제기되는 형평성 논란은 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여권 인사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도덕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장경태 의원의 성희롱 논란, 일부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 의혹, 김병기 원내대표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 등은 사실관계와 별개로 정치권 전반의 도덕성과 책임성을 다시 묻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정권 시기라면 정국을 뒤흔들었을 사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이 이를 성찰과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권분립의 균형과 견제라는 헌법적 원리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과정, 사법·행정 영역을 둘러싼 갈등은 ‘의회 권력의 책임성’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고 있다.


그러나 비판의 시선은 여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현주소 역시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외연 확장을 시도하며 중도·보수 인사 영입에 나서는 동안, 국민의힘 내부는 계파 갈등과 내부 비판으로 분열된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 세력의 정책과 권력 운영을 견제해야 할 야당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문도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를 둘러싼 노선 갈등, 과거 사안을 둘러싼 반복적인 내부 충돌 속에서 보수의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여겨졌던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정치적 대안이 부재한 상태에서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허탈감은 결국 정치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만이 답은 아니다. 역사는 권력이 오만에 빠질 때, 그리고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변화의 요구가 분출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지금 국민이 정치권, 특히 야당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반대와 비판이 아니라, 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논리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비전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프레임과 내부 갈등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정 인물이나 진영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정상화를 중심에 두는 정치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당의 자산인 인물과 정책 역량을 소모적인 갈등으로 소진할 여유는 더 이상 없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이러한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는 단순한 중간 평가가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국정 운영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지방 권력을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총선에서 균형 있는 정치 구도를 만든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안정과 신뢰의 궤도로 돌아갈 수 있다.


희망의 나라는 멀리 있지 않다. 정치가 분열을 멈추고 책임과 비전을 선택할 때, 국민은 다시 정치에 기대를 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성찰과 결단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진지한 결집이 시작될 때, 이 땅의 민주주의와 법치는 다시 빛을 되찾을 수 있다.


윤재희
이노바저널 논설위원
국가원로회의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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