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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통일 지향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 헌법이 허용하는 평화공존의 한계
  • 최득진 주필
  • 등록 2025-12-21 13: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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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부, 2026년 ‘한반도 평화공존 원년’ 선언
  • 평화특사·종전선언·남북기본협정 추진
  • 헌법은 ‘평화통일’ 명시…두 국가론과 충돌 소지

인포그래픽=이노바저널 AI 이미지 생성

정부가 남북 관계의 틀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에서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하면서, 헌법적 정합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일부는 19일 업무보고에서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북미·남북 대화 재개, 종전선언, 남북기본협정 논의 착수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두 국가’라는 개념이 헌법상 평화통일 원칙과 양립 가능한지에 대한 법적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구상: 평화공존의 제도화


통일부는 내년도 5대 중점 과제로 △북미대화·남북대화 재개 △평화공존 제도화 △창의적 교류협력 △접경지역 평화 구축 △인도적 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한반도 평화특사’를 임명해 북미대화 재개를 추동하고, 남북기본협정 논의와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넘어, 상호 존중과 평화공존을 전제로 한 새로운 관계 설정을 시도하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통일부는 이를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로 가기 위한 현실적 관리 단계”라고 설명한다. 


헌법 제3조·제4조가 규정한 통일 원칙


그러나 우리 헌법은 남북 관계를 ‘두 개의 국가’로 상정하지 않는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들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일관되게 북한을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 또는 ‘사실상의 통치집단’으로 해석해 왔다.


▶ 헌법재판소 판례


  • 헌재 1997. 1. 16. (92헌바6)
    → “북한은 국가로서의 실체를 갖추었더라도 헌법상 대한민국과 병존하는 국가로 인정될 수 없다.”


  • 헌재 2010. 3. 25. (2008헌마419)
    → “남북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

대법원 역시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 존재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통일 지향’이 관건…표현이 아닌 실질


헌법 전문가들은 핵심 쟁점이 ‘두 국가’라는 표현 그 자체보다, 정책의 실질적 효과에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평화공존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상호 승인하거나 ▲영구적 분단을 전제로 한 제도화로 이어질 경우, 이는 헌법 제3조·제4조에 정면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통일을 최종 목표로 유지하고 △잠정적·관리적 관계 설정에 그치며 △헌법상 영토조항과 통일조항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라면, 정책적 해석의 여지는 존재한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 등에 대해 “헌법 개정이 필요한 두 국가론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일 지향성’이 전제된 경우에 한정된다.


종전선언·남북기본협정, 헌법 개정 없이 가능한가


종전선언과 남북기본협정 역시 헌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
헌재는 과거 판례에서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해석하며 헌법 위반은 아니라고 보았지만, 평화협정 체결이나 상호 국가 인정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헌법 개정 문제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남북기본협정이 국가 간 조약 형태를 띨 경우, 국회 비준을 넘어 헌법 질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평화의 언어, 헌법의 경계


통일부의 ‘통일 지향 평화적 두 국가 관계’ 구상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의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현실적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헌법은 분명히 ‘평화공존을 통한 분단 관리’가 아니라 ‘평화통일’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평화를 위한 새로운 언어와 정책 실험은 가능하다. 다만 그 언어가 헌법적 통일 개념을 대체하거나 희석하는 순간, 정책은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
2026년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그리고 ‘두 국가’라는 표현이 일시적 관리 개념에 머물지, 아니면 분단 고착의 출발점이 될지에 대한 사회적·법적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최득진 주필(국제법학 박사, 외교안보 평론가, 사회분석 전문가, 교육사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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