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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득진 박사 칼럼 | “우리가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합니까” — 실리 외교, 말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 최득진 수석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9-12 20: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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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단순한 국정 점검의 자리를 넘어, 향후 대한민국 외교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발언이 하나 있다. “우리가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합니까.”


이 발언은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단순히 협상 실패의 변명으로 읽기에는 그 이면에 담긴 외교 철학과 전략적 함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외교적 메시지이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리포지셔닝 선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명확하다. 외교는 이익을 위한 수단이지, 의례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남들은 사인하는데 너는 사인 못 하냐”는 외부 압력에 대해, 대통령은 “사인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는 단순히 고집스러운 태도가 아니라, 국익을 중심에 둔 실리외교의 핵심 철학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가 이제는 ‘굴욕적 합의’보다는 ‘합리적 비타협’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명분 없는 외교적 수사는 줄이고, 실질적 이득이 없는 협상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주권국가로서의 자율성과 협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다.


이 발언은 외교 무대에서 대한민국이 어떠한 이미지로 자리 잡을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의 조용한 동반자를 기대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의 심화 속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선명히 드러내는 상대와의 거래를 선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의 발언은 오히려 “강한 협상 상대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전략적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은 이익 없는 합의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원칙을 브랜드처럼 내세우는 방식은, 국가 브랜드 마케팅 전략상 일관성과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에도 긍정적이다.


결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과다. “사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언가를 보류한 상태일 뿐이다. 국민과 기업, 투자자와 외교 파트너는 '왜 사인을 안 했는가'보다 '사인 대신 무엇을 얻었는가'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발언이 진정한 전략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향후 외교적 협상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실익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가시적 결과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만일 아무런 성과 없이 ‘원칙’만 반복된다면, 그 원칙은 원칙이 아니라 외교적 고립으로 비쳐질 수 있다. 반면, 이익을 얻어내는 협상으로 이어진다면, 이 발언은 '새로운 외교 리더십'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외교의 '브랜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단, 브랜드는 이미지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신뢰, 일관성, 성과 위에 세워진다.


‘이익 없는 사인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진정한 글로벌 협상국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원칙이 국내 정치적 지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강한 협상 파트너, 자율적 전략국, 실리중심 행위자로 인식하도록, 실천과 성과로 이어지는 외교를 보여줘야 한다.


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증명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호하고 신선하다. 그러나 국가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쌓인다. 외교는 메시지로 시작되지만, 협상으로 완성된다. 대한민국이 실리 외교를 통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이제는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최득진 박사

국제법학 박사
국제마케팅·외교전략 전문가
AXINOVA R&D 원장
평생교육사
사회분석 전문가
AI 리서치 컨설턴트
ChatGPT AI 1급 지도사
『AI, 넥스트 프론티어』 집필자
現 이노바저널 수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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