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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득진 박사 칼럼 | 노란봉투법, ‘사회적 대화’ 없이 밀어붙일 사안인가
  • 최득진 주필
  • 등록 2025-08-19 09:14:08
  • 수정 2025-08-19 12: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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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용자 범위의 광범위한 확장,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 키운다
  • 손해배상·가압류 제한, 법치와 투자심리 사이 균형 장치 필요
  • ECCK·AMCHAM도 법리 불확실성과 투자 매력도 저하를 지적
  • 최득진 법학박사


    서울 경성고등학교 졸업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법학연구과 졸업

    [전, 대학교수  |현, (주)AXINOVA 대표 | 이노바저널 대표 | AXINOVA R&D 원장 | MSC(마음챙김) 지도자 | 챗GPT인공지능 지도사 1급 |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원 | 상담심리 전문가 | 교육사회 전문가 | 사회분석 전문가 | 평생교육사 | AI 리서치 컨설턴트]



국회가 올여름 다시 꺼내 든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은 노동3권 보장 취지를 내세우지만, 경제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법안은 2025년 7월 환노위·법사위 문턱을 연이어 넘기며 재부상했고,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 거부권을 겪은 이력이 있다. 쟁점은 명확하다. ‘사용자’ 개념을 원청까지 넓히고(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 포함), 파업 등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배 책임을 개인별로 제한·배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제단체는 왜 반대하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7월 말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원청을 하청 노사관계 당사자로 끌어들이면 하청노조의 쟁의가 상시화돼 원·하청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 “구조조정이나 해외투자 같은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 대상이 되면 정상적 사업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또한 유럽·미국 상공회의소도 투자 위축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한 경제6단체는 더 나아가 “근로자·사용자·쟁의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가 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국가경쟁력을 저해한다”고 공동 성명을 냈다. 


국내를 넘어 외국 경제단체의 공개 우려도 잇따랐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사용자 재정의가 하도급 생태계와 법적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보다 대립과 파업을 부추길 수 있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미국상공회의소(AMCHAM)도 “투자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법안 취지 자체를 폄훼할 일은 아니다. 반복된 ‘과도한 손배·가압류’가 현장에 차가운 위축 효과를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개정안의 개인별 책임 제한·배분 규정은 책임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다. 다만 ‘사용자’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법 문언의 추상성이 시장 전체의 비용으로 돌아올 소지가 더 크다는 것이 경제계의 공통된 경고다. 


다음은 ‘SWOT’(Strength–Weakness–Opportunities–Threat)로 본 경제 파급효과다.


S(Strengths·강점)


  • 권리구제의 정합성 제고: 손해배상 ‘연대’ 대신 ‘개별책임’ 원칙을 명문화해 과잉억제 논란을 줄일 여지가 있다. 파업·교섭 관련 신원보증인 면책도 명시돼 법원의 판단 기준이 선명해진다. 


  • 공급망의 책임 정렬: 실질 사용자 개념을 도입해 원·하청 구조에서 ‘실제 지배·결정자’의 책무를 제도화하려는 시도 자체는 타당하다.


W(Weaknesses·약점)


  • 사용자 범위의 불명확성: ‘실질·구체적 지배’ 판단기준이 열거형으로 정리돼 있지 않아 소송·분쟁 리스크와 거래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경총은 “원청을 하청 노사관계 당사자로 끌어들이면 하청노조 쟁의의 상시화, 산업생태계 붕괴 위험”을 경고했다.


  • 쟁의대상 확대에 따른 경영의사결정 혼선: 구조조정·생산거점 조정 등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 대상화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O(Opportunities·기회)


  • 공급망 거버넌스 개선: 공동교섭·책임 주체의 명료화는 다층 하도급 분야에서 ‘무주공산’이던 협상 구조를 정리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법안 제안 취지 또한 “노동3권 사각지대 해소”에 있다. 


  • 분쟁의 예측가능성 제고(조건부): 하위 고시·가이드라인이 촘촘히 갖춰지면, 법 적용의 자의성을 줄이고 분쟁 예방 매뉴얼을 표준화할 여지가 있다. (입법 취지에서 합리적 추론)


T(Threats·위협)


  • FDI·‘코리아 리스크’ 악화: ECCK는 사용자 범위 불명확성 해소를 요구했고, 일각에서는 투자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AMCHAM 역시 한국의 규제·노사 리스크가 투자매력도에 부정적이라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 공급망 충격의 상시화: 원·하청 전반이 교섭·쟁의의 직접 대상이 되면 수주·납기 산업(자동차·전자 등)에서 병목·리드타임 불안이 구조화될 수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국회는 ‘노동권 보장’과 ‘시장 예측가능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붙들어야 한다.


첫째, 사용자 재정의는 객관적 지표를 열거(지배·결정의 범위, 인사·보수·작업통제 권한 등)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둘째, 손배 제한 규정에는 폭력·시설점거 등 명백한 위법과 고의·중과실엔 배상이 가능하다는 안전핀을 분명히 두어야 한다. 


셋째, 원·하청 공동교섭의 범위·절차를 산업별로 세분화하고 중소 협력사 보호장치를 병렬로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가 비어 있는 입법은 비용을 키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표결 속도가 아니라, 예측가능한 규칙 위에서의 타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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