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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수 칼럼 | 8월 15일, 나라를 되찾은 날이자 나라를 세운 날
  • 손영수 논설위원
  • 등록 2025-08-11 12:23:09
  • 수정 2025-08-12 15: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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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수 이노바저널 논설위원,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여성회 자문위원, AXINOVA R&D 책임연구원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거리마다 ‘광복절’ 현수막이 내걸리고, 방송과 미디어가 해방의 순간을 전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땅을 되찾았다고 해서 곧바로 나라가 세워진 것은 아니다.


조선 왕조가 무너지고 대한제국마저 사라진 뒤, 우리는 오랫동안 ‘국가 없는 민족’이었다. 1945년 8월 15일,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해방의 기쁨은 컸지만, 그날은 아직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았다. 국호도, 헌법도,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제도 없었다.


만약 1948년 자유대한민국이 세워지지 않았다면, 오늘의 번영과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권은 여전히 타인의 손에 있었을 것이고, 자유와 안전도 보장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8월 15일은 ‘나라를 되찾은 날’이자 동시에 ‘나라를 세운 날’로 기억되어야 한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국호를 정하고 헌법을 공포하며 한반도 최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공식 출범했다. 그날, 우리는 왕조와 식민지를 넘어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웠다.


이 건국은 단순한 정치 행사나 권력 교체가 아니었다. 주권이 군주에서 국민에게 넘어갔고, 자유와 인권이 헌법으로 보장되었으며,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제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한민족이 정치적으로 ‘국민’이 된 날이었다.


또한, 1948년의 건국은 대한민국을 국제사회가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엔 총회 결의는 이를 공식화했고, 1950년 북한의 남침 때 유엔군이 참전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국가’였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보호와 지원도 국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모든 과정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당시 지도자의 결단,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인정받기 위해 뛰었던 수많은 외교인과 국민의 선택이 합쳐진 결과다. 그 헌신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서 있다.


우리는 지금 경제 대국이 되었고, 자유롭고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오늘 내가 편히 숨 쉬고, 꿈꾸며, 정치와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그날의 건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국’을 부정하거나 의미를 왜곡하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지킬 수 없다. 잘못된 주장과 무지는 결국 나라를 해친다. 국가를 부정하는 것이 정의가 아니고,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 진보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우리를 굶주림에서 구했고, 오랫동안 억압과 차별 속에 있던 한 사람 한 사람을 당당한 국민으로 세웠다. 자유 속에서 각자가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나라다.


8월 15일은 광복과 건국이 겹쳐진 뜻깊은 날이다. 이날을 잊는다면,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에 감사할 수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우연이 아니라 건국의 결실이다. 그 출발을 부정하면서 어떻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겠는가.


광복절이자 건국절인 오늘, 나는 조용히 대한민국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날을 만든 이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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