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윤재희 칼럼] 트럼프의 '양자회담' 카드, 그 이면에 담긴 전략적 메시지
  • 윤재희 논설위원
  • 등록 2025-08-04 09:17:55
기사수정

윤재희 국가원로회의 정책위원, 한국자유총연맹 자문위원회 국민통합분과 자문위원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가상 회동을 '정상회담(Summit)'이 아닌 '양자회의(Bilateral Meeting)'로 지칭한 것은 단순한 용어 선택의 차이를 넘어선다. 이는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언어 사용이며, 현 정부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중대한 외교적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단어 하나에 담긴 전략적 의도


국제 외교에서 '정상회담'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동등한 파트너로서 상대국 지도자를 공식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다. 반면 '양자회의'는 특정 현안에 대한 실무적 조율에 무게를 두는 표현으로, 의도적으로 회담의 격을 조절할 때 사용되곤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용어 선택을 통해, 이 대표를 동등한 위치의 정상으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사례가 주는 교훈


이러한 언어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미 여러 차례 목격된 바 있다.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을 당시에도 '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라마포사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조명을 어둡게 하고 백인 농민 학살 영상을 상영하며 인권문제의 공개적인 압박을 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은 결국 격한 언쟁으로 비화하며 중단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는 회담의 명칭이 단순한 수사를 넘어 실제 회담의 성격과 결과를 예고하는 지표임을 보여준다.


상대의 약점, 최고의 협상 카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적 의혹 등은 미국 입장에서 최고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최근 거론되는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요구와 10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 등은 단순한 경제적 압박이 아니다. 이는 대북 자금 유입 경로를 차단하고, 한국 정부 내 친중 세력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가진 잠재적 취약점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안보 및 경제적 요구를 최대한 관철하겠다는 의도다.


'동맹 현대화'의 진짜 목표


이번 가상 회담의 핵심 의제는 분명하다. 방위비 분담금의 현실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검토, 주한미군 재편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대만 방어 문제와 연계한 한국군의 해외 파병까지 요구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구상하는 '동맹 현대화'는 낡은 군사 장비를 교체하는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주둔 미군 유지비 및 시설비의 전적인 부담, 최신 미사일 방어체계(MD) 편입, 그리고 동맹국의 역외 군사 작전 참여까지 포괄하는 동맹 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을 목표로 한다.


현실을 직시할 시간


일부 보수 진영이 관세 협상 등 단기적 결과에 실망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놓친 반응이다. 지금은 트럼프가 이재명 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을 개시하는 서막으로 보아야 한다.


그의 모든 행동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 추구를 넘어, 중국의 팽창주의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거대한 전략의 일부다. 이제 한국의 보수 진영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정치의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때다.


트럼프는 이미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선택은 우리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본 칼럼의 모든 내용은 필자인 Jean Cummings의 지적 재산이며, 사전 동의 없는 상업적 목적의 언론사 및 유튜브 채널에 의한 무단 복제, 편집, 전재를 금합니다. 단, 출처를 명확히 밝힌 비영리 목적의 SNS 공유는 허용합니다.> 

0
유니세프
국민신문고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