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산림과학원이 미생물을 이용해 악기용 목재의 음향 특성을 높이는 친환경 처리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적 처리 없이 자연 유래 미생물을 활용해 고품질 목재를 만드는 기술로, 국내 목재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이번에 활용된 미생물은 목재부후균으로, 목재 조직 내부로 침투해 셀룰로오스와 리그닌과 같은 성분을 분해하며 영양분을 얻는 특징을 가진다. 연구진은 현악기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단풍나무와 오리나무에 8종의 목재부후균을 처리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주요 음향 특성으로 꼽히는 음향 상수(Acoustic Constant)와 음향 변환효율(Acoustic Conversion Efficiency)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음향 상수와 음향 변환효율은 목재의 음향 품질을 수치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소리 진동 전달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8종의 균주 가운데 ‘세리포리아 락세라타’ 균주가 가장 우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 균주를 처리한 오리나무의 경우 음향 상수가 최대 21% 향상되고, 음향 변환효율은 최대 37%까지 개선됐다. 단풍나무에서도 음향 상수는 최대 29%, 음향 변환효율은 3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악기 제작에 쓰이는 목재 품질을 한층 높이면서도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악기 제작자들은 보다 우수한 음향 성능을 지닌 목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산림과학원 목재산업연구과 이수연 연구사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처리기법으로 목재의 음향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통해 목재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미 관련 논문 발표와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현장에서 실용화될 수 있도록 추가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