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새만금간척지를 활용한 산업용 고구마 대규모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농촌진흥청 간척지농업연구센터는 새만금간척지의 염 농도와 토양 조건에 맞는 산업용 고구마 품종을 선발하고, 안정적인 재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식용 고구마는 대부분 국산이지만, 전분이나 주정, 제당, 약품, 화장품 원료 등 산업용 고구마는 약 78%가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새만금간척지 재배를 통해 대규모 산업용 고구마 원료곡 생산 기반이 마련되면, 수입 원료곡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 결과 관개수 염 농도가 0.4% 이하일 때 고구마 재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삽식 후 30일 이내에는 초기 생육이 다소 늦었지만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생장이 회복됐다. 새만금간척지의 낮은 염 농도와 넓은 농경지 덕분에 산업용 재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번 실험에서는 덩이뿌리(괴근) 수확에 적합한 품종으로는 ‘호풍미’, ‘소담미’, ‘단자미’가 꼽혔고, 지상부(잎·줄기 포함) 수확용으로는 ‘통채루’, ‘소담미’의 수량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풍미’는 헥타르당 약 51톤의 생체수량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 지상부 말린 수량도 ‘통채루’가 헥타르당 약 7톤으로 가장 많았다.
재배 실험에서는 염 농도가 고구마의 기능성 성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개수 염 농도가 0.2%일 때는 루테인 함량이 가장 높았고, 0.4%일 때는 폴리페놀산 함량이 증가했다. 이는 짠맛을 유발하는 염분이 오히려 고구마 식물체의 기능성 물질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염 농도가 높아질수록 덩이뿌리에 나트륨이 더 많이 축적돼 고구마의 짠맛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어, 간척지 고구마는 식용보다는 산업용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농촌진흥청 간척지농업연구센터 고종철 센터장은 “새만금간척지는 염 농도가 낮아 밭작물 재배에 유리하다”며 “향후 산업용 고구마 원료곡의 대규모 생산 기반이 확보되면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용 원료곡의 안정적 자급률을 높여 국내 관련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